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승소 사례 ] 산재 피해 이주노동자 S씨 이야기 법률지원

작성일:
2017-06-09
조회수:
12
작성자:
admin

안녕하세요,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감사와 동행)의 이현서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승소 소식을 가지고 왔어요. 

2013년 사건이 일어나 2017년 6월 모든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 고통과 절망과 싸워야 했던 이주노동자 S씨의 이야기입니다.

 

 

1. 걸을 수 없게 되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S씨는 큰 눈망울이 선하게 서글거리는 이주노동자입니다.

제가 S씨를 처음 만난 건 작년 여름이었는데, 수염이 덥수룩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목발을 짚고 있었지만, 

맑은 눈매에서 '선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대번에 읽어낼 수 있었어요.

 

그런 S씨는 한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귀국하겠다는 꿈을 갖고 우리나라로 온 25살의 건강하고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S씨의 꿈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2013년 가을, 가구 공장에 취직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어느 날,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이 "테러리스트가 있다"는 알 수 없는 제보를 받고 사업장으로 들이닥친 것입니다. 

일을 하던 S씨는 미등록 상태였기 때문에 황급히 단속반을 피해 도망가기 시작했고, 급한 마음에 공장 2층에서 야외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뛰어내렸는데 그만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고로 S씨는 양쪽 다리를 크게 다쳐,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겨우 한 달만에 벌어진 사고였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한 번도 견디기 어려운 대수술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같은 해 겨울, S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다친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받았습니다.

 

 

2. 힘겨운 산업재해 인정 과정

 

이후 감동에서 S씨의 사건을 알게 되었고, 감동은 곧바로 위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S씨는 성실히 일하던 도중에 단속반이 갑자기 사업장에 들어오자 평소 사업주가 가르쳤던 대로 도망친 것뿐이었습니다. 

 

법적으로는 아무리 행정청 직원이라 할지라도 사업주 등의 동의를 받아야만 사업장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S씨의 경우에는 단속반이 사업주의 동의도 없이 사업주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갑자기 사업장에 들이닥친 것이고, 그 상황에서 S씨는 평소 사업주가 가르쳤던 대로 도망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S씨는 졸지에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만큼 큰 사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단속반이 오면 무조건 도망가라는 사업주의 항시적인 지도가 있었기에, 이 사고는 반드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명과 건강을 위한 권리는 외국인 등록 여부를 떠나 모든 인간에게 보장되어야 하니까요.

 

 

감동이 취소소송을 진행하면서 제기했던 주장의 주요 골자는, 평소 S씨의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단속이 나오면 무조건 도망쳐라'라고 지시해 왔기에 S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내린 행위는 업무관련성이 있고, 따라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쉽게도 1심에서는 패소하였지만, 감동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항소심에서 드디어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었는데요, 항소심에서는 S씨의 도주 행위에 대해 

"(사업주가 상시적으로 도주에 대한 지침을 숙지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원고(S씨) 개인을 위한 행위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업종의 특성상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여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사업주의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사업의 영위와 ...(중략)...벌금 등의 불이익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업주를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며 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S씨의 추락이 '자해행위(고의에 대한 자손행위)'라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확정되었어요.

 

어찌 보면 당연히 인정받았어야 할 S씨의 산업재해 인정 과정은 이렇게 험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다행히도 제대로 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죠.

 

(항소심 승소 소식과 관련된 사안은 2016년 8월 감동 블로그의 포스팅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어요.)

http://blog.naver.com/gamdong318/220782667536

 

3. 작은 위로

 

그렇게 S씨는 우선 요양급여를 받아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감동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습니다.

감동은 취소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출입국관리소의 단속 행위는 출입국관리법과 대법원 판례(2008도7156)에 따르면 위법한 단속 행위였거든요.

출입국관리소의 단속 업무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입니다.

게다가 S씨의 경우처럼 단속반원들이 공장 안에 들어와서 단속을 하려면, 그 건물의 주거권자나 관리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제3자가 소유하고 있는 장소에 진입하여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당시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은 사업주의 사전 동의 없이 이루어진 위법한 단속이었습니다. 

S씨는 이를 피해 달아나다가 크게 다치게 된 것이었기에, 결국 위법한 단속 행위와 S씨의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항소하였지만, 항소심에서도 S씨와 감동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져 결국 2017년 6월 6일, 대한민국이 S씨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드디어 확정되었고, S씨는 며칠 지나지 않아 손해배상금을 전부 지급받았습니다.

 

 

-----------------------------------------------------------------------------

 

장장 4년이 걸렸습니다.

지난 4년 동안 피폐해져버린 S씨의 몸과 마음은 그 어떤 것으로도 전부 보상받을 수 없을 겁니다.

다시 예전처럼 활기차게 뛰어다닐 수도 없게 되었고, 돈을 벌기는커녕 그동안 치료와 생활을 위해 빌린 돈이 더 많아졌습니다.

감동 역시 두 건의 소송 모두 승소하였음에도 마음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이번 손해배상 소송의 승소가 S씨에게 조그마한 위로가 되었으면 해요.

 

사실 S씨는 저와 나이가 비슷합니다.

이런 사고가 아니었더라면, 언제 어디서 친구로 만나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S씨가 성실하게 만든 가구를 언제 어디서 누군가 유용하게 사용하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S씨는 치료가 마무리되면 방글라데시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부디 어디에서든지 앞으로는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분